Moon, Sujin

 

맨질맨질하고 딱딱한 삶에 대한 


전시 «맨질맨질하고 딱딱한 삶에 대한»은 이정자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기억이 어떻게 육체에 각인되어 있는지를 촉각적이고 조각적인 언어로 탐구한 작업들을 보여준다. 전시에 포함된 작업들은 몸의 감각에 의한 기억, 언어의 학습을 통한 양육자와 피양육자의 관계, 기억의 가변성, 기억에 의해 형성되는 자아와 만질 수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에 관한 생각들을 담는다. 연대기가 없는 기억 속의 인물과 조각이라는 몸부대낌을 포착해보려는 시도를 통해, 선명한 자취와 찌꺼기로 존재하지만 포착할 수 없는 사랑의 신비로움을 더듬어 보려했다.


 

Tactile Recall

The exhibition, Tactile Recall, presents a body of work exploring how memories are engraved in body through the tactile language of sculpture with the lens of story of grandmother, LEE Jungja, who raised the artist in her childhood. The work deals with the question of how to compile a chronicle about a person who has unwritten stories, and the thoughts of the parental relationship constructed by the domestic learning of language, the variability of memories, the material translation of immaterial things, and the tangibility of love.


 


 

문서진 개인전 《맨질맨질하고 딱딱한 삶에 대한》
2022. 12. 9. - 12. 25.  레인보우큐브

기획 유은순 

그래픽디자인 박채희

설치도움 박선희, 신미지, 이웅철

제작도움 배연미, 신미지, 박선희

움직임리서치 김현진

진행도움 레인보우큐브

주최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Sujin Moon Solo Show, Tactile Recall
9. Dec. 2022 - 25. Dec. 2022  Rainbowcube Gallery

Curator Eunsoon Yoo

Design Chaehee Park

Installation Support Seonhee Park, Miji Shin, Woongchul Lee

Production Support Bbaeyeonmi, Miji Shin, Seonhee Park

Movement Research Hyunjin Kim

Exhibition Support Rainbowcube

Organized by ARKO Creative Academy

Sponsored by Arts Council Korea


 

 


 

 

 

전시 전경 exhibition view  (사진: 스튜디오 수직수평 photos taken by Studio SUJIKSUPYUNG)

 

 

 

 

 

 


 

 

 

당신과 나는 여전히 어리고 이미 늙었어 

2022, 휘발된 파란색 홈매트 오일, 18×24cm 

You and I Are Still Young and Already Old  

2022,  volatilized blue oil of mosquito reppellent mats 18×24cm 

 

 

 

 


 

 

 

그의 침묵: 그의 말 

2022, 종이에 압인, 목재, 가변설치  (177×203×97cm )

<맨질맨질하고 딱딱한 삶에 대한> 전시 전경 (사진: 스튜디오 수직수평)

Her Silence: Spoken Words

2022, letter press on paper, lumbers, variable installation  (177×203×97cm)

Exhibition view of Tactile Recall  (photo taken by Studio  SUJIKSUPYUNG)

 

 

 

 '밥 먹어'나 '일어나라'와 같은 생활 속 최소단위의 말들이 그가 했던 말의 전부라고 기억될 정도로 이정자 할머니는 말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손에서 자란 나에게 그의 말들은 삶에서 필요한 말들의 전부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하는 말 전부가 그의 몇 안 되는 말로 수렴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대화나 이야기 보다는 피부의 질감과 냄새로 기억되는 사람, 서사가 없는 이야기를 기록하는 방식으로서의 조각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이 작업은 책이자 만져질 수 있는 조각으로 만들여졌다. 책에는 빈 종이와 더불어 '밥 먹어', '내가 죽어야지', '제발 좀 일어나라'와 같은 이정자 할머니의 언어습관이 반복적으로 형압 인쇄되어 있다. 관객이 책은 종이를 뒤적거려 넘겨보는 접촉과 탐색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이 접촉과 탐색의 움직임으로 조각의 형태는 계속 변화한다.  

 

 

 

 


 

 

 

 

 

나는 당신의 딸 

2022, 발견된 오브제(나뭇잎), 13×20cm  

 I Am Your Daughter 

2022, found object(leaf) 13×20cm  

 

 우리는 모두 실패한 사랑의 로맨틱한 결과가 아닐까  

2022, 종이 한장의 계란판  22×21×8cm  

All We Are the Romantic Consequence of Failure of Love 

2022, a sheet of paper of egg carton, 22×21×8cm  

 

 

 

 


 

 

 

전화번호부 

2022, 벽에 알루미늄 활자, 가변설치  

Phone Book 

2022, letters made with aluminum pieces, variable installation  

 

 

 

 이정자씨의 전화번호부 수첩에는 몇 년에 혹은 몇 개월에 한번씩 업데이트 되며 반복적으로 쓰여진 가족 친지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었다. 글자의 크기와 필치의 변화로 부터 손이 굳어가고 근육에 힘이 빠지는 신체의 노화과정이 짐작되었고, 그렇게 남겨진 이 유일한 글씨들이 그의 유서처럼 느껴졌다. 이정자 할머니의 전화번호부 수첩에서 따온 글씨들을 양각의 활자로 만들어 더듬어 만질 수 있는 사물로 만들었다. 서로 다른 두 물체의 면면이 만났다가 떨어지고 서로의 몸에 자국을 남기는, 조각적인 순간을 기다리는 사물로써 이 글자들은 또 다른 몸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당신의 무덤이야 

2022

신던 슬리퍼에 굳은살, 석고, 13×18×45cm  



I Am the Place Where You Are Buried 

 2022

calluses on slipper, plaster13×18×45cm  

 

이미 만져진 사물들- 굳은살이 켜켜이 쌓여있는 슬리퍼 뒤축, 휘발된 홈매트 펄트, 열 개의 계란을 받치기 위해 종이 한장으로 설계된 계란판, 장마철 아스팔트에 납작하게 새겨져 있던 낙엽, 드릴비트에서 뽑힌 자작나무 합판 쪼가리 등의 사물들은 그것의 발생 과정에서 있었던 어떤 조각적인 순간들을 가리킨다.  이 사물들이 조각이라는 몸부대낌에 대한 어떤 물리적 찌꺼기라면,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남기지 않은 사람이 그의 육체로 나의 몸에 각인한 것 또한 그와 비슷한 어떤 것이라면, 결국 우리는 모두 실패한 사랑의 로맨틱한 찌꺼기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각이라는 몸부대낌과 살갗의  감각으로 기억되는 인물을 소환하고 포착하려는 일을 통해, 어쩌면 이미 사라진 어떤 것이거나 아직 오지 않아 만질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것을 세상에 있게 하려는 움직임으로부터 발생한 찌꺼기, 그리고 그 찌꺼기로부터 비로소 신비로워지는 사랑의 존재를 더듬어보고 싶었다.   

 

 

 

 

다음 생에는 친구로 만나요 

2022, 재생지, 목재, 가변설치 

See You Again as Friends 

2022, recycled paper, lumber, variable installation  

 

 

 

 

 


 

 

 

 

 

 

당신의 슬픔은 무엇이었는지 

2022, 발견된 오브제(알루미늄), 3×3cm   

What Was Your Sorrow 

2022, found object(aluminum), 3×3cm   

 

 

당신의 행복은 무엇이었는지 

2022, 드릴비트에서 뽑은 자작나무 합판 20t 네 장, 2×2×6cm  

What Was Your Happiness 

2022, four sheets of birch plywood found in drill bit 2×2×6cm  

 

 

 

 


 

 

 

그의 침묵: 죽은 사람과의 대화 

2022, 종이에 인쇄, 목재, 가변설치, 75×140×70cm  

Her Silence: Dialog with the Dead 

print on paper, lumbers, variable installation 75×140×70cm  

 

 

 

 내가 죽은 이후에는 이정자 할머니의 삶에 대한 기억과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으로부터 그의 대한 기억의 장면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글로 적어두었다. 피부질감과 냄새, 날숨의 느낌으로 기억되는 사람, 좋고 싫은 것을 내색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던 이정자 할머니의 침묵을 대신 메워보려는 추측과 짐작들이 그 내용이었다.책은 그렇게 쓰인 조각난 기억들과 그의 주변인들의 증언을 이정자 할머니 본인과의 가상적인 대화 방식으로 재편집한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왜 나 못본척 했어요? 

2022, 마른 종이, 11×15×7cm, 11×25×8cm  

Why Did You Pretend You Didn't See Me? 

2022, dried paper, 11×15×7cm, 11×25×8cm  

 

 

 

 


 

 

 

전화번호부 비석

2022, 동, 10×10×99cm 

Phone Book Headstone 

2022, bronze 10×10×99cm   

 

 

 

 

 

 


 

 


 

 

 

 

사진: 스튜디오 수직수평, 레인보우큐브  Photos taken by Studio SUJIKSUPYUNG, Rainbowc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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